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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는 옻칠기획전을 통해 옻칠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삶에 유용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옻칠 공예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간 2023-11-21 ~ 2024-01-14 장소 청주시한국공예관 갤러리 3 주최 청주시 주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청주시한국공예관 참여작가 김성호, 국립무형유산원, 강우림, 김수미, 노경주, 정은진, 김옥, 박성열, 유남권, 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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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는 옻칠기획전을 통해 옻칠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삶에 유용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옻칠 공예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목에서처럼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칠흑’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어두움을 일컬어 “칠흑 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음을 뜻하는 ‘칠흑’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옻칠 문화가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원전 3세기경, 청동기 시대에서부터 옻칠이 시작되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에도 칠기를 만들기 위해 좋은 옻을 채취하기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으며, 전국에 수많은 옻나무 재배나 칠기 제작에 관련된 지명에서도 우리나라의 오랜 옻칠 문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지명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옻칠 문화가 2,000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전통적인 이유는 옻칠의 효능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나무나 금속에 칠하면 좀과 녹이 슬지 않고 열에도 강해 천연 마감재이자 접착제로서 사용되어 왔고, 약재와 음식까지 옻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난 지금의 우리는 ‘친환경’이라는 이슈 속에서 옻칠 공예를 재조명하며, 그 속에서 현대적인 미감을 발견합니다.
이번 전시는 전통부터 동시대까지 옻칠 공예의 긴 호흡을 보여주기 위해 9명의 작가, 그리고 국립무형유산원과 함께 세 가지 파트로 구성하였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칠흑으로부터’에서는 국립무형유산원 전승공예품과 충북무형문화재 제27호 칠장 김성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검은 옻칠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반짝이는 자개가 돋보이는 함과 호족반, 방이나 마루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종이를 보관하던 고비부터 말 안장까지, 옻칠의 다양한 쓰임과 긴 세월 칠기 문화를 지켜온 장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재료 위에 옻칠의 변주, ‘은은한 빛으로부터’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강우림, 김수미, 노경주, 정은진, 4명의 작가를 통해 나무, 도자, 금속, 유리와 조화를 이루는 현대의 옻칠을 선보입니다. 또한, 이번 파트에서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킨츠기’라는 공예 기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깨진 도자에 생옻으로 결합한 뒤 금분이나 은분 등으로 장식하는 공예기법인 ‘킨츠기’를 통해 옻칠 공예의 또 다른 확장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마지막 파트 ‘견고함으로부터’, 이제 수백 번의 옻칠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겹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옻칠은 천년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견고하다는 뜻입니다. 그 견고함 뒤에는 작가의 행위가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 소개하는 4명의 작가, 김옥, 박성열, 유남권, 허명욱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공예를 넘어 삶을 실천하는 재료로서의 옻칠을 보여줍니다.
옻칠은 옻나무 수액을 바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다른 공예 분야와 다르게 도자, 유리, 금속과 같은 재료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기법이고 작가의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옻칠 공예는 켜켜이 쌓아가는 옻칠의 두께만큼 쌓여가는 ‘시간성’을 보여주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2,000년이라는 세월을 지켜온 옻칠 공예는 수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행위가 이어지며 칠흑 같은 어둠을 견뎌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청주시한국공예관 옻칠기획전 <칠흑으로부터>를 통해 옻칠 공예가 이어온 시간, 깊이 있는 흐름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