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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디오

여행 후기

  • 3. 천산산맥 . 알라콜, 별이 가까운 곳(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7일)
      이른 새벽, 급한 화장실 용무에 텐트 밖으로 나가려 문을 젖히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여졌다.  초롱초롱한 별들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별무리들은 손만 뻗으면 닿을 듯이 유난히 선명하고 가까웠다. 알라콜 협곡의 새벽하늘은 마치 투명한 천장 위에 반짝이는 물감을 흩뿌린 듯하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별들을 보아왔지만 이만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동은 목구멍을 메웠고 해발 3,500m의 고지대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추웠다. 별 감상도 좋지만 차가운 새벽 공기에 용무를 서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텐트로 돌아와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침낭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이내 여명의 시간이다.  캠프에서 제공한 조식을 마친 후 곧장 이동 준비를 서둘렀다.   오전 9시, 출발이다.  눈앞에 어마어마한 언덕이 가파르게 펼쳐져 있다. 저 언덕을 넘어야 한다. 자갈인지? 파쇄석인지? 애매모호한 주먹만 한 뾰족한 돌들이 가득한 저 산을 넘어야 한다.  한 발 두 발 내디딜 때마다 발아래에서 주르륵주르륵 돌들이 흘러내린다.  가파른 길, 몇 발자국 오르면서 한숨 쉬고, 또 쉬고 쉼을 반복하면서 오른다. 헉헉,,  마치 화산 폭발 후 남겨진, 거대한 천지 호의 바닥에서 정상까지 기어오르는 느낌이다.  길도 없는 가파른 오르막 경사를 거친 숨 몰아 쉬면서 올라간다.  중간 지점(3,533m)에서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보니 천하비경 알라콜 호가 또 다른 모습 드러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은 더 깊어지고, 호수의 색채는 더욱 선명해진다. 떠오르는 태양은 만년설을 비추고, 빛나는 새하얀 설산이 호수에 그대로 투영된다. 초 자연적인 세레머니다. 호수의 그림 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까지 일으킨다.  감탄사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이 지친 발걸음에 다시금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비록 숨은 가쁘고 힘들지만 동지들과 함께 대자연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캠프에서 출발 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서 해발 3,920미터 알라콜 패스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오르자 감동의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푸른 하늘아래, 첩첩이 이어지는 만년설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발아래로는 영롱한 빛을 품은 비취옥 빛깔의 호수가 대자연을 받들고 있다.  좀 더 올라가 4,000m의 고지에서 일행들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노라! 우주와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우리는 지구를 품었노라! 고생 끝에 낙이라더니 대자연은 감동의 멋진 뷰로 보상을 하여준다.  Stunning view of nature!  Dreams come true.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올라왔던 길의 반대편을 향하여 하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내리막길은 상상보다 가파르다. 각도가 70도, 어쩌면 80도는 되어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여차하면 구르겠구나…. 공교롭게도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몇 걸음 내려가다 그만 미끄러졌다.  몸이 앞(아래)으로 쏠리면서 넘어지고 바로 아래로 굴렀다. 급경사 자갈 밭이라 멈추기란 쉽지 않았다.  구르면서도 그동안의 모든 기록과 추억이 사라질까 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감싸 안았다.  한 바퀴 구르고 두 번째 굴러가려는 순간, 아래에서 현지인 포터가 온몸을 던져 구르는 나를 막아 세웠다. 가슴 철렁이고 아찔했던 장면이다. 막아준 포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Thankyou.. Thankyou.. Because of You... Thankyou.  다행히 카메라는 무사했고, 휴대폰은 유리가 긁히고 커버 모서리가 약간 찢어졌다.  그리고 손바닥에는 작은 찰과상이 생겼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이것으로 액땜을 하였으니 안 좋은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즐기면 된다.  난 코스에서 무사히 내려와 바로 아래에 있는 베이스캠프 벤치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도시락 내용물은 단촐했다. 거친 식빵 한 조각, 그리고 과일 펙 주스등이다.  비록 메뉴 구성은 소박하지만, 그 어떤 오찬보다 고귀한 식사다.  무사한 산행과 한 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 우주신께 감사드립니다. 이후, 3 ~ 4시간여의 하산 끝에 해발 2,500m 지점의 알탄아라샨 캠프촌에 도착했다. 알라콜 패스 트레킹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보통 이 알탄아라샨 캠프에서 1박은 한 후에 올라간다.  알라콜 패스 정상까지 걸어서는 10시간, 말을 타면 4시간 여가 소요된다.   장시간 말을 타면, 평소에 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리 가랑이에 통증은 각오를 하여야 한다. 그래도 말을 타면, 걸어서 10시간여 오르는 것보다는 시간 단축이 많이 되기에 새벽이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  걸어서 간다면 새벽 6시에 출발을 하여야 당일에 숙소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반대편에서 출발하여 비경지 다 들리고 알라콜을 제대로 즐기는 코스였다.  결코 쉽지 않은 코스로 잊지 못할 매우 독특한 체험이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카라콜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서 4륜차에 탑승해 흔들리는 비포장 도로를 타고 1시간 30분을 가야 일반 평지 마을 악수에 도착한다. 예약된 차에 일행들 모두 탑승하고 내려간다. 하산 중에 차 안에서는 비명 소리 난무했다.  비포장 내리막길, 차의 흔들림에 기겁하고, 웃음소리 번지며, 매 순간의 추억은 겹겹이 쌓여갔다. 악수 마을까지 무사히 도착하고 그곳에서 일반 차량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30분여를 더 달린 끝에 카라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과 함께 옷 벗어던지고 뜨거운 물 샤워를 즐겼다. 으으,, 시원하다. 피로가 씻겨진다. 이후, 일행들과 말끔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석식을 즐기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보통 여행자들은 해발 2500m 지점의 알탄아라샨까지만 갔다가 돌아와도 훌륭한 코스로 만족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편에서 시작하여 알라콜 호수의 끝과 끝을 종주하였고 4000m의 패스 정상까지 찍었다. 트레킹과 함께 오프로드 차량도 실컷 즐겼으니 이번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여행’이라 할 것이다. ------------------------------------------------------------------- '알탄아라샨'은 다른 편의 여행기가 있으니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2025-12-28
  • 2. 천산산맥 . 알라콜 호수로 오르는 길(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6일)
    간밤에 떳던 밝은 달은 오간데 없고 반짝이는 별들이 새벽 하늘을 덮었다. 검푸른 하늘에 화려한 별무리들이 빽빽이도 수를 놓았구나. 이 멋진 새벽하늘이 마치 오늘 산행이 순조로울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듯하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의 첫날이 시작된다.  일행과 함께 해가 완전히 떠 오르기 전에 캠프를 나섰다.비교적 완만한 산행 초입에서는 체력을 안배하면서 내가 선두에서 걸었다. 쉬운 코스는 내가 이끌고 가파른 길이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후미로 처지는 전략이다.해발 2,565미터에서 첫 휴식을 취하고, 2,808미터에서 두 번째 휴식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갔다.고도 높은 산은 역시 쉽지 않다. 벌써부터 숨이 막혀온다.해발 2,833미터 지점에 위치한 또 다른 베이스캠프인 시로타 캠프에 무사히 도착했다. 캠프 옆 휴식 지점에 병풍처럼 도열한 바위 절벽 아래로 작은 호수가 운치를 더한다. 바위틈 사이의 작은 물 웅덩이들의 조화가 마치 동양의 수묵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근육의 긴장은 풀리고, 고인 물은 햇빛을 머금고 반짝거린다.저 멀리 고산에서 실개천들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자연이 빚어낸 정원 같은 호수다. 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30분 동안 휴식 취하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의 기를 듬뿍 받았으니 다시 올라가야 한다. 지금부터의 코스는 매우 가파르다. 절벽과 같은 저 암산만 극복하면 호수가 펼쳐진다. 한걸음 한걸음 올라 가보자.급경사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숨소리 헉헉거리며 가빠진다.입 안에서는 단내가 돌고, 목을 콱콱 메우는 가래에 숨이 막히고, 가슴은 터질 듯하다. 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가글 한번 하고 그리고 단숨에 생수 한 병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햐아…시원하다. 꿀맛 같은 물 한 모금에 온몸에 생기가 돈다. 극한 갈증 상황에서 물 한 방울의 가치란 이루 표현할 길 없는 고마움이다.저 위에 더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가보자…위쪽을 올려다보니 아직도 끝이 아득해 보인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3,164m이다.여차, 허리 한 번 잘못 펴면 바로 뒤로 굴러 떨어질 듯한 급 경사다. 휴휴,,.. 한 걸음, 한 걸음씩, 거친 숨 몰아 쉬며 올라가자.드디어 마침내 정상이다. 해발 3,413미터에 알라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푸르디푸른 녹색의 호수는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답다.  <만년설의 숨결, 알라콜 호수> 새하얀 구름은깃털처럼 흩날리고뜨거운 태양이호수 위에 내려앉는다. 천산 산맥의 깊은 품,알라콜 호수에는만년설이 흘린눈물이 잠들어 있다. 영롱한 청록 물결이, 수면 위를 뒤 덥는다아, 이곳이 바로신선의 세상이던가. 선녀들의 놀이터아득한 알라콜호에서바위 위에 몸을 눕혀잠시 꿈을 청한다. 부드러운 바람이영혼을 어루만진다.우주를 품은 신비의 호수 알라콜 호가 우리를 반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6시이다. 해지기 전에 오늘 묵을 캠프에 도착해야 한다.캠프를 향하여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락내리락 반복되는 바위투성이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저 멀리 텐트 몇 개가 보인다. 아…드디어...  반가웠지만 우리의 캠프가 아니다. 더 가야 한다. 가자, 조금만 더, 저 끝까지 가보자. 호수 끝자락에는 웅장한 설산과 그 아래로 흘러내린 빙하의 흔적이 보인다.이동 중에 개구쟁이 같은 일행들이 하나 둘 옷을 훌라 덩 벗더니 호수로 뛰어든다.빙하수라 차가웠던지 입수하자마자 “으악!” 소리 지르며 바로 튕겨 나온다. 어린 시절 물놀이하던 내 모습과 겹쳐져 보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하하하. 다시 행군은 이어지고, 큰 바위 언덕이 보이고, 그 뒤편에 숨은듯한 호숫가의 캠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의 잠자리는 바로 저곳이다.거대한 만년설 바로 아래에 펼쳐진 새하얀 텐트들이 조화를 이룬다.오르락내리락 길을 걸으면서 호수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인 이곳까지 왔으니, 우리는 오늘 알라콜 호수를 온전히 탐험하면서 걸었다 할 수 있다. 기나 긴 호흡 끝에 닿은 캠프, 알라콜 호수 완주를 어디에서도 자랑할 수 있다.해발 3,403미터, 이곳이 오늘의 안식처다.  시간은 어느덧 18시를 가리키고 있다.청록 빛의 알라콜 호수와, 호수를 거칠게 둘러싼 검붉은 색의 산세는,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착륙한 듯한 느낌을 준다.이 오묘한 상상의 땅에서 나는 또 다른 세계를 가슴에 품어본다.석식 후 캠프파이어를 위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장작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나무 한 그루 생존할 수 없는 이곳에서 나무를 찾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빈 종이 박스 몇 개를 태우면서 찰나와 같은 불멍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호숫가를 산책한 후 밤 속으로 스며들었다. 알라콜의 깊은 밤, 별무리가 호수 위를 감싼다.
    관리자 2025-12-26
  • 1. 천산산맥 . 카라콜 베이스캠프를 향하여(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5일)
    어제는 보트를 타고 이식쿨 호수를 즐겼다. 일행들은 호수 한가운데에 보트를 정박시키고 다이빙도 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 쌓기를 하였다. 오늘은 카라콜로 이동하여 4륜구동차로 갈아타고 바로 알탄아라샨을 향하여 출발한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카라콜로 직행이 아닌 우회하기로 하였다.일행들에게 또 다른 비경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30분여를 가자 강물소리 요란한 세찬 강이 나온다. 천산 산맥 빙하가 흐르는 것이다. 물살이 센 만큼 산세도 그만큼 가파르다는 것이다. 내일부터 본격 시작될 거친 산행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일행들과 사진을 찍고 한능선을 넘어 정상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마치 몽골 초원을 연상케 하는 대초원이 펼쳐져있다.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축들이 무리를 지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역시 감탄사 연발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느림의 여행으로 볼거리를 즐기면서 카라콜에 도착하였다.  점심 식사를 위하여 현지인이 운영하는 로컬식당에 들렀다. 순간, 일행 중 1인이 메뉴판을 보더니 양 머리를 주문한다? 엥?? ㅎㅎ이어서 익힌 양머리가 통째로 나온다.. 이런 특식 요리를 못 먹을 만큼 비위 약한 사람은 없다. 머리를 마치 해체를 하듯이 칼로 이리저리 잘라내고 발라내고를 하면서 독특한 요리를 즐겼다. 유목민의 나라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요리다. 다시 차를 타고 산속으로 2시간여를 들어가야 한다. 출발 전에 마트에 들러 음료 주류 먹거리 등을 챙겼다. 깊은 산중, 알라콜 패스의 베이스캠프에서 1박을 하고 2일간 등반을 하여야하기에 준비물을 충분히 챙겨야한다. 고생하는 투어, 기억에 남을 투어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덜컹덜컹.... 부릉부릉~바위를 밟고 올라갈 때마다 내 몸도 함께 튕겨 오른다. 차가 힘들어하는 듯하여 내려서 걷기도 한다. 오르는 내내 주변의 경치는 아름답다. 거친 강물살이며 첩첩산중은 꾸밈이 없는 자연 그대로이다.  산 비탈길 가르며 달려 도착한 곳이 해발 2,490m에 자리한 카라콜 베이스캠프다. 알라콜 호수를 가기 위해서는 지금 가는 이곳과, 반대편에 있는 캠프에서 1박을 하여야 하는 코스가 있다. 반대편은 이전에 경험하였기에 새로운 경험을 위하여 이쪽 카라콜 쪽에서 출발하기로 하였다. 어느덧 시계는 1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9월인데도 산속은 아직 어둠을 허용하지 않는다. 먼저 일행들과 오늘 밤에 묵을 유르트(게르)를 확인하고 주변을 산책했다. 캠프 앞으로는 옥빛 푸른 계곡 물이 세차게 굽이치며 흐른다. 사방을 둘러싼 산세는 마치 커다란 벽처럼 우리를 휘어 감싸듯이 위압적이다. 강한 기운의 산들 사이에 작은 베이스캠프가 독야청청 자리하고 있다. 재래식 간이 화장실에 전기도 없는 자연 친화적인 에코 캠프다. 열악한 시설에 잠자리가 살짝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오늘과 내일만 참으면 다시 호텔에서 잘 수 있다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지 여행은 늘 그러하듯이 설렘과 불편함 그리고 감동이 함께한다.  석양이 능선을 스치고 봉우리들은 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빛을 잔뜩 머금은 산은 반사된 햇살로 눈부신 장관을 만들어낸다. 감동의 일몰 시간이 지나면서 동시에 계곡 너머의 능선 위로 반달 모양의 달이 조심스레 모습 드러낸다. 달빛 아래 저 멀리 두 개의 봉우리는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을빛 유지하다가 서서히 사라진다.협곡에서의 석양은 명장면 연출하고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이내 그 자리를 달이 대신하고 또 조금 있으면 별들이 온천지를 덮을 것이다.  19시 30분, 캠프는 금세 어둠에 잠기고 식당동의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조용히 석식을 즐겼다. 어둠 속에서의 식사는 시간도 세상도 잊어버린 듯 고요하고 은밀했다.식사를 마치고 산 아래에 모여 불을 지폈다. 캠프 파이어에 불멍이다. 작은 불씨들은 하늘로 튀어 오르고 탁탁탁... 타닥타닥.. 장작 터지는 소리에 피로가 가신다.   2인용의 아담한 유르트에 들어가 더듬으면서 잠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툼한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활기찬 내일을 위하여 숙면으로 충전하자.  산속의 밤은 깊고 조용하다.
    관리자 2025-12-25
  • 8. 쿠다이시 & 흑해의 바람에 마음을 맡기다(조지아, 2025년 8월 28일 ~ 29일)
    8월28일 쿠다이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위치한 성당에 들렀다.  11세기 초에 건축된 당시 왕의 이름으로 지어진 바그라티 성당이다. 이성당은 오스만의 침략에 파괴되고 1950년부터 장시간에 걸쳐 부분적으로 복원되어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등재 이후에도 복원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원형에서 멀어져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서 탈락한 비운의 성당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매우 아름다운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결혼식 사진 촬영지이기도 하다.  성당 아래에 쳐진 울타리에 올라도 보고, 곳곳을 카메라에 담고 다음의 장소로 이동하였다.  작고 아담한 시내를 산책하고 공원 분수대 옆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에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바투미로 향하는 2시간 반의 여정 길에 올랐다   도로가 굽어질 때마다 창 밖의 풍경도 서서히 바뀐다. 왼편에는 짙은 녹음 속에 박힌 집들이 고급 별장처럼 비스듬히 빛나고,  오른편에는 대륙 사이에서 탄생한 깊고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낯선 풍경 즐기는 동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이다. 숲과 바다, 그리고 현대적 스카이라인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이곳이 왜 “흑해의 진주”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정말 아름다운 해안도시이다. 일행들과 함께 ‘아르고 케이블카’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케이블카는 15분 동안 도시와 산 위를 미끄러지듯 오른다.  저 아래에서는 은 보라 빛 물결이 반짝이고, 이내 저물어가는 태양이 바투미를 붉은 노을 색으로 물들인다.  산 정상에 부는 바람 한 점이 마치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듯하다.  바투미의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이다.   바투미의 첫날이 조용히 지나간다. . 8월 29일,  오늘은 열한 번째 날이자 조지아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다.  이번 여행의 전체 일정을 돌이켜 보았다.  그간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였는지 집중이 안될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복잡한 여행 일지는 한국에 가서 차분히 정리하자!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메모장을 접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하루 종일 해안 도시 바투미를 누빌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침 식사 후 향한 곳은 바투미의 해변 산책로 블러바드(Boulevard)이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각기 다른 독특한 신식 건물과 클래식 건물 그리고 각종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천히 해안가를 걷는데 두 개의 거대한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Ali와 Nino이다. 10분 간격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가 다시 멀어지는 모습을,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의 움직임으로 표현하여 놓았다.  아름다운 것이 러브 스토리요, 아쉬운 것이 이별 스토리이다. 알리와 니노 스토리도 그러하다. 소설 속 알리는 아제르바이잔의 무슬림 청년, 니노는 조지아의 기독교도였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의 틈 사이에서 두 사람은 사랑했고,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았다.   러시아 혁명 당시, 러시아군이 아제르바이잔을 향하자 니노는 어린 딸과 함께 조지아로 피신한다.  그러나 알리는 남아서 조국을 지키며 싸우다가 그만 전사한다. 이렇듯, 그들의 사랑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의해 끊겼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국경과 신앙을 넘어 많은 사람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소설이다. 조금 더 걸어가자, 알파벳 타워의 나선형 구조가 하늘을 꿰뚫을 듯 솟아 있다. 알파벳 글자가 타워 군데군데에 붙어있는 형상의 꽤나 독특한 구조물이다.. 그리고, 이어서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찾아온 보트 투어의 시작이다. 보트를 타고 흑해의 선상에서 바라본 바투미는 상상 속의 유토피아 같은 도시처럼 보인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세련된 건물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저 멀리 에서는 보라색 파라셀링이 바람 따라 하늘을 유영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이탈리아풍 고딕 건물들이 많이 보이는 바투미는 조용한 듯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바투미는 예술과 자연과 사람의 삶이 상호 존중하는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찬 도시이다. 색채와 바람의 도시 바투미에 다음 여정을 위하여 안녕을 고한다. 공항으로 이동하고 알마티로 향하였다.     ---------------------------------------  언제부터였을까,  내게 여행은 더 이상 즐기면서 쉬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기록해야 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였고, 메모를 남기고,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끊임없이 달려야 했다. 여행이 끝나고 귀국한 뒤에도 시간의 전후를 되짚어가면서 아름다운 색감과 더 매끄러운 문장,  안정적인 구도와 최상의 가시적 표현을 위해서 다시 여행을 다듬어야 했다.  여행 후에도, 추억을 음미해야 할 순간에도, 어딘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부담스러움 때문에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잦았고,  미루면 미룰수록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처럼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작성한다는 것이 비록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번잡한 과정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선물은 있었다.  나는 다른 여행자들보다 더 또렷하게, 더 오래도록 명장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희미해질 풍경들을 시간 속에서 불러내고, 그 순간의 공기까지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붙잡기 위해서 혹은 잊지 않기 위해서,  통통 튀는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여행을 기록한다.
    관리자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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